[기고] 한·스페인, 문화·스포츠 넘어 경제 파트너로

입력 2019-10-21 17:38   수정 2019-10-22 00:19

우리 국민의 스페인에 대한 관심은 2014년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 방영 이후 부쩍 늘었다. 작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이어 올해 ‘스페인 하숙’, ‘세빌리아의 이발사’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연속으로 방영됐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스페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49만 명으로 급증했다. 주 12회 운항되는 직항편은 좌석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상 만석이다.

스페인은 플라멩코와 축구로 상징되는 태양과 정열의 나라다. 그리스, 로마, 가톨릭, 이슬람의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는 세계 3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유국이며 세르반테스, 피카소, 가우디와 같은 예술가를 배출한 국가로도 유명하다. 외국인 방문객수와 관광수입 모두 세계 2위의 관광대국이며,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로 대표되는 회의·전시산업(MICE) 강국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도 많다. 스페인이 세계 9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자국 브랜드인 ‘세아트’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스페인 내 17개 공장에서 연 280만 대를 생산한다. 스페인은 세계 2위의 고속철도망(3410㎞) 보유국이자 세계적인 철도차량 생산국이기도 하다. 건설·인프라 분야에서도 강하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액은 세계 2위다. 우리 기업들과도 제3국에서 56건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수주액 규모는 129억달러에 달한다.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27%에 달하고, 세계적 수준의 풍력·태양열 기술과 기업을 보유한 신재생에너지 강국이기도 하다. 정보기술(IT) 부문에서도 스페인의 존재감은 크다. 스페인 최대 IT기업인 인드라의 항공관제시스템은 한국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항공예약·여행분야 시스템 세계 1위 기업인 아마데우스도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 금융·통신 분야에서도 산탄데르, 텔레포니카와 같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스페인은 한국과의 실질협력 잠재력이 매우 높다.

한국과 스페인은 경제 규모와 인구가 비슷한 중견국이다. 과거 힘든 역사를 극복하고 1970년대 이후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룬 경험도 비슷하다. 양국은 내년에 수교 70주년을 맞는다. 내달 ‘산업연결 4.0회의’ 공동 주최, 내년 1월 ‘마드리드 세계관광박람회(FITUR)’ 주빈국 참가와 같은 협력사업을 추진하며 더 가까워지고 있다.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아 펠리페 6세 국왕 내외도 23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국빈방문한다. 1996년 후안 카를로스 1세의 방문 이후 23년 만에 이뤄지는 스페인 국왕의 방한이다. 펠리페 국왕 개인으로선 왕세자 시절인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선수로 참가한 누나 크리스티나 공주를 응원하기 위해 방한한 이래 31년 만이다. 작년 6월 신임장 제정 시 필자와의 면담에서 펠리페 국왕은 세계적인 과학기술 및 혁신 선도국으로 발전한 한국을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제 실현되는 것이다.

펠리페 6세는 왕세자 시절부터 현명하고 검소한 모습으로 인기가 많았다. 즉위 이후에도 연봉 자진 삭감, 왕실 재정 및 윤리 강화 조치 등으로 국민의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왕실의 인기도 높아서 다수의 스페인 정부 관계자들은 국왕의 방한이 한국을 홍보하는 최고의 광고효과를 내고, 이를 계기로 스페인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펠리페 6세의 방한은 양국 간 실질협력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펠리페 국왕은 ‘스페인의 경제협력 대사’로 불릴 정도로 경제·통상, 과학기술, 문화, 관광 진흥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방한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왕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새로운 70년을 향한 동반자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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